“혹시 어디 투자하라고 귀띔받은 건 없어?”
이달 초 본사에서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곤 몇몇 선배들과 주변 지인들이 묻더군요. 악수라도 하면서 기 좀 전수받은 건 없느냐, 어디 무슨 종목 찍어준 건 없느냐 등등요.
이제 말하지만, 그가 인터뷰 말미에 3월 말경 프랑스에 오게 되면 밥 먹으면서 특별 투자 강연(그것도 심지어 공짜로!!)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워런 버핏과의 점심’같은 포맷으로 비법을 전수해주겠다고 했거든요. 이일 저일 제쳐놓고 간다고 했어야 하는 생각이 아주아주 잠깐이지만 들긴 했습니다.
퀀텀펀드 굴려 10년 만에 수익률 4200% 대기록 세운 짐 로저스
인터뷰 전엔 몰랐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워낙 농담을 잘하는 스타일이라 이런 제안이 농인지 진담인지 아직도 잘 구별이 되지 않긴 하지만요. 어쩌면 제가 실물 투자 쪽엔 관심 없어 보이니(라기보다는 돈이 없어 보여서) 그냥 던진 말인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인터뷰 중 그가 전해준 몇 가지 ‘투자 비법’이 있긴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단순한 금전적 투자라기보다는 인생 투자라는 관점에서 해준 말인 듯 싶습니다. 제가 투자하면서 가장 큰 실패와 성공을 물었을 때 답을 주면서 저한테 준 몇 가지 팁이거든요.
1970년대 퀀텀펀드를 굴려 10년 만에 수익률 4200%란 어마어마한 기록을 거둔 일화로 유명이지만, 예일대에서 역사학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이력 때문인지 굉장히 자기 성찰을 강조하더군요. “중심이 살아있어야 된다, 네가 누군지 파악해야 한다”는 등을 반복하면서요. 이달 초 작성한 인터뷰 기사는 통일 관련 투자 이야기 중심으로 적었기에 그 외에 그와 나눈 이야기, ‘인생 투자 7계명’을 전해 드립니다.
1. 네가 아는 분야에 투자하라.
주식 투자가 좋을지 선물이 좋을지, 부동산 투자가 좋을지 적은 돈이지만 어떤 분야에 투자하는 게 좋으냐고 물을 때였습니다. 그는 매우 간단히 말하더군요. “Invest in what you know!” 무슨 분야든 일단 투자를 하려고 하면 뭐가 됐든 가장 잘 아는 분야에 손을 대라고. 무턱대고 어디가 뜬다, 어디가 좋다, 유망하다는 말만 믿고 덤벼들지 말라는 거죠. 패션이든, 인터넷이든, 자동차든, 곡물이든, 금이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짐 로저스는 특유의 제스처로 청중들을 열광시킨다.
많은 이들이 ‘실패를 두려워 말라’며 일단 뛰어들라고 말하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이는 상당히 무책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선행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도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실패하게 된다면, 실패에서 성공의 열쇠를 찾아내기 위해 분리해 내야 할 것이 무언지 자세히 분석하고 탐구하라고요.
2.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지 말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라
이는 1번과 연결되는 듯한데요, 그가 이러더군요. 자기 인생을 둘러보건대 남의 아이디어를 따라 한 건 거의 실수와 실패로 연결됐다며,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 계속 단련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00명이 같은 시간에 한 방에서 똑같은 정보를 들어도 올바른 판단을 하는 사람은 3~4명에 그친다”며 그가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확인하고, 스스로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쉽게 되느냐고요? 그러니 알고 배워야죠. 돈 좀 잃어봐야 깨달으려나요? 나도 이미 숱하게 실패했는걸요. 제가 돈을 잃어봤으니 당신한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도 그 실패를 반복하고 싶나요?”
3. 너 말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만한 것을 찾아라.
상식이라는 것은 그걸 믿는 이들을 비웃을 때가 적지 않다고 하더군요. 다들 믿는 통념이 결국 틀릴 때도 적지 않다며, 남들이 다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던 것이 결국 ‘대박’을 치곤 한다면서요. 그러면서 ‘나만이 해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라 조언했습니다. 남들이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요. 결국 ‘창의’라는 것도 미래적이고 새롭고 특별하기보다는 통념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해석 방법을 찾아내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라고요.
4.자유에 투자하라.
이걸 쓰면서 ‘세계로 나가 넓은 시야를 가져라’라고 쓸지 ‘자유에 투자하라’고 할지 잠깐 고민했습니다. 그가 시작은 ‘갇혀 있지 말고 좀 나가 배워라’고 시작은 했는데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언가 곱씹었더니 결국 ‘자유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말하더군요. “자유를 사는 것 외에 다른 곳엔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고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116개국 24만5000km를 여행하며 기네스북에 올랐던 ‘투자계의 인디애나 존스’아니랄까 봐 그는 계속 “나가라. 봐라. 배워라”고 말했습니다.
자기는 자유를 사기 위해 돈을 벌고, 여행 속에서 정보를 얻고, 또다시 투자해 자유를 산다고 하더군요. 해외에서 정부 관료를 만나 정보를 듣는 것보다 술집에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훨씬 쏠쏠하게 그 나라의 경제 현실을 파악한다면서요. 그 역시도 3년간의 세계 일주를 통해 얻은 정보로 책을 냈었죠.
5.Homework, homework, homework!
그가 특히 강조한 말입니다. 제발 공부 좀 하라고요. 결국 투자엔 어떤 비법이나 영감 같은 게 작용하는 게 아니라, 남들 안볼 때 미친 듯이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게 정답이라고요. 그도 죽어라 ‘숙제’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70세가 넘은 나이고 투자에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거 같은데 여전히 ‘나는 공부 중’이라 했습니다.
북한에 대해 투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그에게 북한에 대해선 좀 공부하고 있느냐고,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아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지만 기회가 되면 북한 전문가들을 만나 공부 좀 하고 싶다” 했습니다. 풍부한 경험과 열정으로 가득 찬 그는 때로는 ‘노마드’로 불리며 유랑을 일삼는 거 같지만, 요즘 말로 ‘어마무시하게’ 공부하는 걸 즐기는 듯 보입니다.
단지 책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며,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공부, 그 외 그 모든 것이요. 그의 과거 책을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주변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한다면 절대 육상 1마일 경주에서 3분 30초의 벽을 깨지 못할 것이며, 최초의 1000달러를 만들지 못할 것이며, 위대한 소설을 쓰지 못할 것이며,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를 못할 것이다. 이런 목표는 완전한 희생을 요구한다.’ 이날 자기도 모자란 거 많이 안다며 외치더군요. 홈워크홈워크홈워크!!
6.트렌드에 편승하지 마라. 성공하기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듯 들리지만 사실 그 포인트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남들 다 뛰어드는데 뛰어들면 그만큼 자기 이득이 적어지고, 또 투자 고수들은 이미 얻고 빠지고 난 뒤 보통 사람들은 뛰어들곤 하니까요. 그 부분을 찾는 게 투자의 고수인 듯도 하고.. ㅎ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린 자주 실수하죠. 때문에 한 번 더 적습니다. 모두가 등한시하는 것에 주목하라. 또 확실하다고 보이는 것일수록 이득이 적기 때문에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Most successful investor do nothing most of the time. Know when to sit and wait.)
7.역사를 배우고 철학하라.
세상에 새로운 건 없고,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며, 과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역사를 배우면 세계의 흐름이 보이고 거시적인 안목이 생긴다면서요. 그냥 남들처럼 살다가 고민하다 투덜대다 잠깐 웃다 그런 작은 시야에 갇혀 살려면, 그것도 그 나름의 행복이라 치고 거기서 만족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기왕 사는 인생 좀 더 쫀쫀하게 살아보려면 역사를 이해하라 조언합니다.
‘19세기 초라면 똑똑한 사람은 런던으로 이주할 것이고, 20세기 초라면 똑똑한 사람은 뉴욕으로, 21세기엔 아시아로 이주할 것이다’라며 세계 경제 축의 변화를 지적한 그의 유명한 말(그의 책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중)도 결국 역사를 통한 통찰에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가 1994년 펴낸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를 읽고 미국 정부 부채증가와 예산 적자 증대 정책은 결국 시장이 미국에 대해 등 돌리는 일을 낳을 것이라 지적한 부분에 대해 ‘소름 돋는다’고 평가한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그의 투자 조언에 대해 찬반으로 갈리는 이도 있겠지만 그의 인생철학이 담긴 몇권의 책들은 한번 쯤 읽어둬도 좋을 듯합니다.
인터뷰 시작하면서 ‘아이스 브레이킹’ 용으로 “항상 보타이를 하고 다니는 걸로 유명한데 패션에 관심 많은 듯하다” “1달러가 새겨진 멜빵이 눈에 띈다”는 둥의 이야기를 했더니(인터뷰 직전 2주간의 해외 강연 등으로 거의 잠 못 자고 이틀 연속 밤샌 적도 있다며 무척 피곤하다고 다소 툴툴댔거든요. 그래서 분위기 전환차...) “멋져 보이냐”며 나름 좋아하며 치아를 모두 드러내고 환하게 웃더군요. 자신은 패션은 모른다며. 보타이를 하고 다니는 건 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요. 긴 타이를 하게 되면 일단 가격도 비싼 데다, 음식이라도 흘리면 세탁하느라 비싸지만 보타이는 그럴 위험이 없다며, 자신은 셔츠도 타이에도 그 무엇에도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주얼리 같은 것도 전혀 착용하지 않고, 시계도 없고, 돈 좀 있다 싶으면 호화 보트나 전용기를 사기 마련인데 그런 건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동차도 오래된 것 하나뿐이고, 집도 마찬가지라고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자칫 지갑이 마구 열리려 할 때도 있었지만 버릇없는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에게도 검소하게 대한다고 했습니다. 대체 어디다 돈 쓰느냐고 다시 물었죠.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자유를 살 수 있다면 거기에 돈을 쓴다.”
최보윤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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