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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지내는 작은 장례식

백만기 2022. 9. 3. 08:45

최근 유족의 상황에 맞게 고인을 추모하는 이른바 '작은 장례식'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최근 간소한 장례식이 주목받고 있다. 격식과 절차에 따라 삼일장을 치르는 기존 장례 문화와는 달리 유족 상황에 맞게 고인을 추모하는 이른바 '작은 장례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국 장례문화 변화에 대한 기획조사에서 코로나 이후 간소하게 치러지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장례문화에 대해 긍정적 63.7%, 부정적 21.1%, 모르겠다는 15.1%로 나타났다.

가족끼리 지내는 장례식의 긍정적 인식이 커진 이유로는 ▲ 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문화 확산 37.9% ▲ 식사 등 불필요한 문상문화 축소 27.1% ▲ 검소한 장례문화 확산 18.3% ▲ 문상객 감소에 따른 상주의 피로감 감소 13.8%로 집계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마지막을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최근 자녀들에게 본인 사망 시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준비할 것을 미리 당부했다. 그는 "교류하는 친척도 별로 없는 데다가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가족끼리 생의 마지막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유행이 소규모 장례식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장례지도자협회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장례식이 조문객을 받는 등의 행사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유족들끼리 고인을 애도하는 문화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문상객은 조문을 못 해도 온라인으로 조의금을 보내 성의를 표시하는 만큼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유족들은 장례식을 소규모로 진행해 비용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장례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또 인구 고령화가 작은 장례식과도 관련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협회장은 "고령화도 작은 장례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최근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130만 명이 넘게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자들이 죽음을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되는 분위기"라며 "자녀들에게도 비용 부담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견해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작은 장례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7.5%에 달한 데 이어 2025년에는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작은 장례식 증가 추세가 팬데믹 이후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장례 절차가 소규모로 탈바꿈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우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 교수는 "코로나19 재유행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소규모 장례식이 자리 잡혀 확산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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