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사는 76세의 할머니 카렐은 얼마 전 남편을 여의었습니다. 54년간 동고동락한 남편은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본디 착한 성품이었고, 그럴 만한 사연도 있었습니다. 부인은 그 사연을 만들어준 한 익명의 신사를 찾고 있습니다.
부부는 1956년 대학 신입생으로 처음 만나 2년 만에 결혼을 서약했습니다. 졸업과 함께 약혼자는 장학금을 받아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3개월을 떨어져 지내던 그녀는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20대 학생 연인에게 돈이 넉넉할 리 없었습니다. 신부가 직접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등기소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근처 식당에 친구 몇 명을 초대해 간단한 식사를 한 것이 그날의 가장 사치스러운 행사였습니다. 그마저 부담스러웠습니다.
얼마나 나왔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계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옆에서 혼자 식사하던 한 신사가 내주고 간 것입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후 부부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평생 베풀며 살기로 했고, 남편은 죽는 순간까지 그 신사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 했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어느 외신에서 본 글입니다.
경우는 달라도 유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공연을 앞두고 충북에 있는 모 리조트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합숙하며 연습을 하기 위함입니다. 숙소를 정하고 한동안 합주를 하다가 한 친구가 그곳 리조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한번 연주를 할 수 있겠냐는 얘기였습니다.
그가 흔쾌히 수락해서 우리 일행은 잠시 후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리조트 관계자가 이런 소식을 투숙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알린 모양입니다. 무대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차츰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60, 70년대에 유행했던 곡들을 연주했습니다. 처음에는 점잖게 구경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손뼉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약 30여 분간 연주하고 우리 좌석으로 돌아오니 시키지도 않은 술과 안주가 잔뜩 있는 겁니다.
홀 서빙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어느 손님이 젊은 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이곳에서 듣게 될지 몰랐다며 우리 일행이 마시는 식음료 비용을 자신이 모두 내겠다고 했답니다. 우리는 그의 좌석을 찾아 수인사를 나누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뿐이었습니다. 전화번호라도 알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에게 호의를 베풀기가 쉽지 않은 게 요즘 세태입니다. 더구나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사실 이런 마음이야말로 정말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사람에게 베푼 호의는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베푼 호의는 그야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매체를 보니 이런 뉴스가 있습니다. 유럽 국가에서 100여 년 전의 작은 친절 전통이 되살아나고 있답니다. 내용은 이런 겁니다. 이른바 '서스펜디드 커피'라는 것으로 자기 것을 사면서 커피 한잔 사 마실 형편도 안 되는 사람을 위해 추가로 한 컵 값을 미리 지불하고 가는 관습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와서 무료로 마시고 가라는 배려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뉴스를 보니 커피 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이런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는 부자학 강의를 할 때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데 회원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의 모친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일을 살 때 일부러 좋지 않은 과일을 골라 사셨답니다. 좋은 과일은 다른 사람에게 먼저 팔라는 마음에서 나온 배려입니다. 과일 장사는 미안해하며 ‘할머니 반값만 내고 가셔요’라고 했는데 그분은 괜찮다며 오히려 상인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요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며 생계형 창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점이나 구멍가게 아니면 빵집 같은 게 그런 겁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재벌그룹에서 체인화하여 이런 사업까지 진출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더 싸게 살 수는 있습니다. 그럼 우리 이웃은 누가 도와주지요? 불황일수록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네 구멍가게나 빵집을 이용하는 그런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이웃도 잘살아야 마음이 편한 법입니다.
백만기 아름다운은퇴연구소장
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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