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너무 짧고 너무 아픈 삶

백만기 2021. 11. 13. 01:32

“선생님, 이 아이는 왜 태어난 걸까요? 내내 고통만 받고……. 태어나 한순간이라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요?”

너무 짧고 너무 아픈 삶이 이렇다 할 추억 없이 병동에서 사그라든다. 완치가 보장되지 않는 난치병 어린이 환자들, 지난한 투병 과정에서 가정은 와해되고 아이들은 자책과 함께 숨을 거둔다. ‘하얀거탑’의 경직된 의료 체계에서 이들의 감정과 환경까지 고려 대상일 수 없었다.

이 책은 2016년 오사카 쓰루미(鶴見) 녹지 공원에 들어선 일본 최초의 민간형 어린이 호스피스 센터의 탄생 과정을 다룬다. 장난감과 악기·그림책으로 가득한 “집”을 구상한 하라 준이치·다타라 료헤이, 두 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부하고 연주하며 인생의 막바지를 환희로 채워가는 아이들, 거기서 피어나는 첫사랑이라는 생명의 증거까지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담아낸다.

“땅값 떨어진다”는 눈총에도 부지(敷地)를 얻으려 백방으로 뛰는 조력자들, 다친 동심을 어루만지는 ‘병원 놀이’ 전문가들, 시행착오에서 돌봄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간호사들의 육성도 뭉클하다.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깊게 사는 것’입니다.” 내년, 한국에도 첫 소아 완화의료 센터가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