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달라진 생활 습관
① 결혼식 등 경조사 간소화

작년 5월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박 모씨(30)는 "2020년 여름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어차피 인원 제한으로 하객을 많이 모시지 못할 것 같아서 작은 성당에서 가족, 친지, 친한 친구들만 불러서 스몰 웨딩으로 진행하고 자연스레 양가 어른들 합의하에 예물·예단도 생략했다"며 "부모님이 아쉬워하실 줄 알았는데 조용한 분위기가 좋았다며 기뻐해주셨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예식 비용 역시 감소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년 발표하고 있는 '결혼 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예식 비용은 2018년 1324만원에서 2020년 1246만원, 2021년 1174만원으로 낮아졌다.
경조사 모임에서도 크게 친분이 없는 지인까지 초대하는 등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가까운 지인들끼리 마음을 나누는 경우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결혼식 등 경조사에도 99~299명의 인원 제한이 적용되면서다. 인원 제한으로 결혼식에 가족, 친지와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는 경우가 늘면서 온라인으로 마음을 전하는 새로운 풍조도 생겼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작은 결혼식과 작은 장례식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코로나19처럼 조용하게 치르는 경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편안함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② '대못 규제' 원격진료 허용

코로나가 불러온 '재택치료' 여파로 상당수 국민들은 뜻하지 않게 원격 진료의 편리함을 알게 됐다. 코로나 위기가 일단락된다 해도 원격 진료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제도적 부작용은 최소화하되 긍정적인 측면들을 다듬어나가 법제화에 다가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격 진료는 그간 줄곧 의료법상으로 금지됐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그 위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일 때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확산으로 전 국민 4명 중 1명이 원하든 원치 않든 원격 진료의 잠재적 효용을 경험할 수 있게 되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원격의료는 일반 국민 외에 의료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을 위한 대안도 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1인 가구원 혹은 도서산간 주민들로선 대면 진료 이외의 새로운 진료 창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와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환석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지금처럼 원격의료 도입을 미루기만 하다가는 해외 선진 의료서비스에 잠식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비대면 진료가 기존의 대면 의료 서비스와 조화롭게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관련 업계가 뜻을 모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③ 시간·장소 구애 안 받는 근무

대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최 모씨(28)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회사 출근을 번갈아가면서 하다가 지난주 금요일에 갑자기 전면 정상 출근 통보를 받았다"면서 "재택근무를 하면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져 좋았는데…" 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씨는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이 부활하는 것도 부담이다.
코로나19 이후 유연·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재택근무를 하면 회사에 출근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장소에 적게 구애받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 모씨(30)는 "집에서 회사까지 차가 안 막히면 1시간, 막히면 1시간30분까지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다"면서 "출퇴근을 하면서 에너지 낭비가 심했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가려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특히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재택근무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이 작동하고 있지만 재택근무의 편리함을 맛본 MZ세대의 마음을 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처럼 100% 전면 대면 출근이 이뤄지기는 어렵고 선진국처럼 주 4일은 출근, 1일은 재택과 같은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④ 마스크 착용·손씻기 생활화

비말 차단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시로 손을 씻는 습관은 코로나19에 대응하며 굳어진 대표적인 모습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이후' 국면에서도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 모씨(27)는 "앞으로 사무실이나 지하철처럼 밀폐된 장소에서 옆 사람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말하면 찝찝해서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다"며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대면 업무가 늘어나더라도 마스크나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매너는 모두가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가 사그라든다고 해서 (위생 수칙을) 지키는 사람만 지키고, 누군가는 완전히 옛날로 돌아갈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높아진 사회적 위생 관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새로 생긴 습관'에 국민의 71.5%는 '손 씻기 생활화와 주기적인 손 소독'을 꼽았다. '일상 회복 이후에도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에는 '손 씻기 생활화'와 '주기적인 소독'이 나란히 1·2위로 꼽혔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 속 위생수칙 준수의 중요성은 모두가 느끼고 있어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아프면 집에서 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문화가 자리 잡는 게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⑤ '저녁 있는 삶' 가치 확산

코로나 이후로 회식이 줄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점도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코로나로 사적 모임 인원이 제한되면서 대규모 회식이 어려워지면서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잦은 회식 문화에도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이에 직장인들이 저녁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저녁이 있는 삶'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 모씨(38)는 "남편 직장이 술자리가 잦아 거의 매일 저녁 늦게 들어오다 보니 싸우는 일도 많았다"며 "코로나 이후에는 남편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이가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송 모씨(31)는 "코로나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식을 했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술자리가 잦았다"며 "회식이 줄어드니 저녁시간에 집안일을 하거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회식이 줄면서 조기퇴근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도 기여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 모씨(28)는 "코로나 이전에는 각자 할 일이 끝나도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이 늦어지기도 하고 다 같이 일을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일도 많아 비효율적이고 개인 시간을 뺏기는 느낌이 들었다"며 "코로나 이후에는 어차피 회식을 못 하니까 각자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문가영 기자 / 박홍주 기자 / 한재범 기자 / 박나은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