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생활백서

은퇴 후 하고 싶은 일 찾기

백만기 2020. 10. 28. 03:55

영국의 런던 타임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3위는 섬세한 공예품을 완성하고 휘파람을 부는 목공, 2위는 아기를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몸에 분을 발라주며 웃는 어머니였다. 1위는 모래성을 막 완성한 어린아이였다.

 

사람들은 뜻밖의 결과에 놀랐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은 세계적인 부호나 권력가들이었던 것이다. 왜 1위가 모래성을 완성한 어린아이였을까? 어린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그것에 몰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선생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인이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남들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며 살게 된다.

 

 

은퇴하기 전의 생활이 해야만 했던 일을 하는 시기라면 인생2막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기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지 못한다면, 그것처럼 답답한 일도 없다. 얼마 전 은퇴한 친구를 만났다. 인생2막엔 어떤 일을 하고 싶느냐고 물었더니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라고 했더니 돌아온 답은 마찬가지였다. 그와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헤어졌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방금 헤어진 친구였다. 그가 흥분한 소리로 내게 말했다. "찾았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찾았어." 그는 나와 헤어지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지?' 하며 곰곰이 생각했다고 한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어렸을 적에 하고 싶었던 꿈이 떠올랐다. 그것은 말을 타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나는 그에게 '바로 그거야' 하며 격려해주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그에게 승마에 관한 책을 선물했다.

 

은퇴준비를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것만 찾을 수 있다면 은퇴준비의 반은 이룬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 자신의 욕망과 성공을 규정한다는 점이 문제다.

 

사람들은 보통 남들이 하는 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가족, 친구, 동료, 신문기자, TV뉴스, 광고업계, 여행사 직원들과 같은 다른 사람의 주장에 밀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지 않는다. 우리 사회를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은퇴 후에 하는 일이 대개 골프나 술이다. 물론 이런 취미활동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골프도 칠 수 있다. 그런데 남은 생의 대부분을 겨우 골프나 치고 지낸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은퇴한 사람을 만나보면 대개의 경우 특별히 좋아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사실 오해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지금 잊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먼저 종이에 원하는 바를 써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남들이 원하니까 원하는 것인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을 하면 눈에 보이므로 이를 가려내기가 쉽다. 번거롭다고 피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느라 평생을 허비하며 행복한 인생을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기준으로 자신의 욕구와 목표를 모두 적어 본다. 진정 원하는 바를 찾아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세 가지 활동을 기준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아도 좋다. 첫째 현재 흥미를 느끼는 활동, 둘째 과거에 하려고 했던 활동, 셋째 앞으로 하려고 생각 중인 활동.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일단 모두 기록을 한다.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은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 끝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10개는 채우도록 한다. 똑 같은 활동이 한 군데 이상 반복되어도 괜찮다. 그런 활동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취미일 수도 있다.

 

 

리스트를 작성했다면 그 중 몇 가지를 골라 활동을 시작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좋다.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생은 유한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앞으로 생이 1년이 될지 아니면 그보다 더 적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선택해야 한다.

 

목표나 꿈이 없는 활동을 하면서 성취감이나 만족을 느낄 수는 없다. 목표가 없는 활동에 아무리 정력을 쏟아부어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새롭고 가치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목적지부터 정해야 한다. 목표가 정해지면 해야할 일이 보인다. 아울러 목표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좌절도 느끼지만 보람도 맛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자신의 실체를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 해야할 일이다. 인생에서 달성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저절로 오지 않는 법이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목표를 정할 때 참고가 될 활동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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