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자유냐
신문 서평 등을 통해 읽을만한 책을 골라놓고 서점에 갈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네에 있는 도서관 사이트에 접속해서 검색해보니 그 책들이 있지 않겠어요. 그걸 발견하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며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발길을 도서관으로 돌립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세상에 책값만큼 싼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책값도 아끼려고 한다면 그게 잘하는 일인지 아닌지 의문이 생깁니다. 책을 하나 쓰기까지의 저자의 노력을 생각하면 마땅히 그에게 값을 지불해야 할 것 같고요, 또 책을 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출판사의 노고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종이를 만드느라 없어지는 나무를 생각하면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원을 아끼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개개인 모두가 책을 사기보다는 서로 돌려가며 읽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얘기지요.
작가 코엘류도 자신의 서가에 약 4백여 권의 책만 보관하고 나머지 책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증을 한다고 해요. 그럼 그 책들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읽게 되는 것이지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좋은 그림을 많이 봐야 하는 것처럼 작가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겁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중에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땐 아예 서점에 가서 구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빌려온 책은 그럴 수 없지만 새로 구입한 책에는 줄을 쳐가며 인상 깊었던 구절을 찾기 좋게 표시를 해놓기도 합니다. 양서의 정의를 묻는다면 저는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은퇴 후 제일 좋은 것은 자신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제 경우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그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사회생활을 계속하면 부라든가 지위, 그리고 명예 같은 것을 얻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말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바로 자유입니다.
은퇴한 후 이런 자유를 누리리라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생은 생각만큼 길지 않습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자신의 친구 중 일찍 운명을 한 친구가 적지 않을 겁니다. 그분들이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리라고 생각했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말입니다.
가끔 은퇴준비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은퇴를 준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딱 한 가지만 준비하면 됩니다. 바로 욕심을 버리는 일입니다. 욕심을 버리면 보다 더 많은 자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은퇴를 앞두고 너무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디오게네스의 친구가 콩나물만 먹고 사는 디오게네스를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이렇게 조언을 했습니다. '자네가 왕에게 아첨을 좀 하면 이렇게 콩나물만 먹고 살지 않아도 될 텐데.' 그랬더니 디오게네스가 친구를 딱하게 여기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자네가 콩나물만 먹고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아첨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