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거운가
인간이 행복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개인의 생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날 때”라고 말하는 심리학 쪽 견해가 있는가 하면 “먹을 때와 잠잘 때”라는 본능적 시각에서 접근한 진화 심리학의 관점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생명 보험사에서 조사한 설문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거운가’에 대한 설문에서 남성 은퇴자의 경우 33%가 '배우자', 여성 은퇴자의 31%는 ‘자녀'라고 답한 것을 보면서, 부부간 시각 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퇴직 전 남편들의 경우,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앞 만 보고 달려간 면이 없지 않다. 때문에 가족을 품어주는 따듯한 가장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반면에 아내의 경우,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남편보다는 자식과의 관계적 애틋함과 보살 핌의 정도에서 차이가 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퇴직 후 남편은 아내에게 집중하는 정도가 커지게 되고, 아내는 거추장스러운(?) 남편보다는 살가운 자녀에게 더 친화적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설문에서 언급되지 않은 약 70%의 즐거움은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안에 공존하는 공적인 나, 사적인 나, 그리고 비밀스러운 나는 즐거움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같다고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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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을 원하는 나, 간섭받고 싶지 않은 나,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일탈을 꿈꾸는 나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 이는 <드러내고 싶은 나>, <감추고 싶은 나>로 다시 구분 지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의 욕망은 돈, 건강, 관계, 비전(또는 활동)과 같은 4가지 고민과 마주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행복을 촉진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교차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 와중에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 방향, 크기 등에 따라, 내 안에 공존하는 세 가지 모습이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이 춤을 춘다고 할까?
그와 같은 변신도 결국엔 돈을 빼놓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글의 주제인 노년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생명보험사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8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비 은퇴자들이 바라본 재무적 시각은 많이 우울해 보인다. 설문 대상자 중에서 퇴직 후 소득 확보 계획이 없는 사람이 무려 83%, 가구당 부채는 1억 원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퇴직 후 쉼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85%나 된다. 이는 계속해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3대 연금을 모두 가입한 사람도 턱없이 낮은 20% 수준이다. 이는 퇴직 후 자금흐름에 문제 발생 여지가 충분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의 퇴직 연한이 얼마나 남아 있는진 알 수 없지만, 행복한 노후를 만드는데 기초가 되는 소득 확보 계획은 미룰 일이 아니다. 그 방법이 앞 선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업 수명을 늘리는 방법일 수도 있고, 다음 칼럼에서 다루게 될 퇴직 후 계속 수입원을 확보하는 소득 디자인일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 되었든 소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계 강화, 건강관리, 효과적 활동과 같은 나머지 행복 추구 요소들을 이어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돈 대신 도를 추구하는 구도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종범 금융노년전문가(RFG)]
매일경제